[교회상식 속풀이 - 박종인]

요 근래 공교롭게도 ‘바실리카(basilica)가 큰 성당을 의미하는 것이냐’, ‘동네 성당의 이름은 주교님이 내려주는 것이냐’ 등의 질문을 받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답하려다 보니 오늘 속풀이는 실제 신앙생활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교양 쪽에 가까운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 알아두시면 성지순례 가서 볼 수 있는 여러 성당(건축물로서)들이 가지는 각각의 성격을 좀 더 쉽게 파악해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그냥 건물 안에 제대가 놓여있고, 감실이 있고, 십자고상이 걸려있으면 그 건물을 대략 통칭해서 성당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외국(특히 유럽) 성당의 정식 명칭을 유심히 보신 분들이라면, 성당의 이름을 그냥 무슨 무슨 성당으로 해석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성당(혹은 교회)을 뜻하는 낱말(불어로는 église, 스페인어로는 iglesia, 영어로는 church, 이탈리아말로는 chiesa, 독일말로는 kirche)만 가지고, 각 성당의 정식 이름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생각난 김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바티칸 대성당(혹은 대성전)을 들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성당 중에 하나인 이 성당의 공식 명칭은 ‘성 베드로 바실리카(라틴어로 Basilica Sancti Petri, 이탈리아어로 Basilica di San Pietro in Vaticano)’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서 나열했던 ‘교회’라는 낱말에 상응하는 단어는 없고, ‘바실리카’라는 어쩐지 특별해 보이는 단어가 사용된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예로, 고딕 양식 건축의 유명한 예 중에 하나인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의 공식 이름은, ‘카테드랄 노트르담 드 파리(Cathédrale Notre-Dame de Paris)’입니다. 굳이 해석하자면 ‘파리의 성모 주교좌 성당’이라 해야겠습니다. 교회라는 일반적인 낱말 대신에 ‘카테드랄’이란 단어를 사용한 예입니다.

▲ 로마의 4대 대성전 가운데 대표격인 성 베드로 대성전(Basilica di San Pietro) ⓒ김용길

대성전부터 경당까지…다양한 성당의 기능과 성격은?

그래서 각 성당이 지닌 기능 혹은 성격이 좀 더 세부적인 어휘 선택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바실리카를 보겠습니다. ‘바실리카’는 고대 로마 시대의 집회공간(그곳에서 여러 신들에 대한 제사도 이루어졌습니다)을 뜻하는 말에서 나온 명칭입니다. 나중에 그리스도교가 세력을 얻으면서 성인들의 유해 위에 지어진 성당을 지칭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신자들이 예수님과 성모님의 유적을 확인하고, 아주 특별히 공경 받는 성인들의 유해가 모셔진 장소에 순례를 오는데 그런 곳에 세워진 성당에 교황은 영예로운 이름으로서 바실리카라는 칭호를 내립니다. 그러다보니 교황청이 부여하는 다양한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희년이나 전대사 등과 관련된 특권입니다. 세상의 수많은 신자들의 순례 터인 만큼 규모가 크기에 자연스레 ‘대성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둘째, 카테드랄(제 영어 발음으로는 ‘캐씨드럴’이라고 발음합니다)은 주교좌 성당을 의미합니다. 앞서 언급한 노트르담 성당이 파리의 주교좌 성당입니다. 즉, 제단 위에 주교의 전용 좌석이 놓여 있는 성당이고, 주교가 상주하는 성당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러나 예전에 상주하던 주교가 행정적인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음에도 계속 주교좌로 불리는 성당도 있다고 합니다.

셋째, 우리가 흔히 무슨 무슨 본당(本堂)이라고 부르는 성당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패리쉬(parish)라고 부릅니다. 멀리 가실 필요 없이, 우리 동네 성당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덧붙여 본당과 관련해서 공소(公所)도 있습니다. 본당보다 작은 교회 단위로서, 사제가 상주하지 않아 날마다 미사가 봉헌되지 못하고, 보통 공소 회장을 중심으로 공소 예절이 이루어집니다. 담당 사제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때에 성사가 집행되는 곳입니다(한국가톨릭대사전, ‘공소’ 항 참조).

사족으로, 경당(經堂, chapel)이라는 호칭도 있습니다. 영어로 채플이라고 하면 개신교 계통 학교 출신들은 반사적으로 예배 시간을 떠올리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공간의 성격상 경당은 기도와 미사 전례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구 행정구역 내에서 본당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제대와 감실, 십자고상이 구비된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활하는 공동체의 경당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혹은 큰 성당의 부속 공간으로서 기도와 전례가 이뤄지는 곳을 가리킵니다.

여러분이 다니는 성당의 주보 성인을 아시나요

자, 이렇게 성격상의 호칭을 붙이고 나서도 성당의 고유한 이름이 필요합니다. 모든 성당이 고유한 이름도 없이 그냥 성당이라고 불린다면 엄청난 혼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각 성당을 구분하고자 붙이는 명칭은 보통 성인의 이름입니다. 바티칸 대성당은 사도 성 베드로의 이름을 따왔습니다. 본 명칭은 성 베드로 대성전(바실리카)이지만, 바티칸 대성당으로 불리는 것은 지역의 이름을 따서 구분하는 게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냥 동네 이름으로 소속 본당을 구분하는 것과 비슷한 셈이지요.

그렇다면 주보 성인은 어떻게 결정될까요? 그리스도교 초기에 성당은 성인(특히 순교자)의 유해 위에 세워졌기에 그 성인의 이름을 따오는 게 자연스런 일이었습니다. 그런 전통이 역사적으로 나중에, 성인들의 유해를 분할하여 제대 밑에 안치할 수 있게 되고 나서도 이어진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대 밑에 안치한 유해의 주인(성인) 이름을 붙여 성당의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월 27일자 교회상식 속풀이, ‘성인은 되기도 어렵고, 되도 힘들겠군요’를 양념으로 읽어 보세요.)

요즘에는 제대 밑에 유해를 안치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이름이 꼭 성인 이름이 아니어도 될 듯합니다. 본당 신자들의 의견을 고려해서 붙일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성당을 지어본 적이 없는지라 어떤 것이 기준이다 하고 말씀 못 드리겠습니다. 단지, 성당 이름을 어떤 성인 혹은 신앙적 주제(‘성령 칠은’이나 ‘칠성사’ 같은)의 이름을 따서 지을지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게 아니라고 알고 있을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건축물로서 성당의 기원이 순교자들의 무덤 위에 세워진 것이기에,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신앙이 순교자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성당과 같은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번 교회상식 속풀이를 읽어보신 분들께는 다니는 본당의 정식 명칭을 한번 알아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군요. 내가 좋아서 지은 이름이 아니라도 우리 각자의 세례명처럼 내 신앙의 귀감이 되는 분이나 어떤 사건이 우리 성당의 정신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압니까? 전혀 황당한 이름이 우리 성당의 이름일지. 그때는 과감히 거수하여 공론을 통해 성당 이름 변경도 제안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박종인 신부 (요한)
예수회. 청소년사목 담당.
“노는 게 일”이라고 믿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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