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기획 : 문헌 밖으로 나온 공동합의성1 - 본당 공동체]

'공동합의성'은 새로운 현대의 개념이 아니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서 탄생했다. 공의회 역시 각 지역 교회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모습.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공동합의성'은 새로운 현대의 개념이 아니라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서 탄생했다. 공의회 역시 각 지역 교회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모습.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공동합의성의 여정은 3000년기 교회로부터 하느님이 기대하시는 길”

2015년 프란치스코 교종은 교황청 주교시노드 설립 50주년 기념 연설에서 2000년 대희년 이후 새로운 천년을 사는 교회가 걸어가야 할 방향, 공동체 구성 요소로서 공동합의성을 제시했다.

한국 교회 역시 교종의 이 제안에 대해 여러 논의와 연구의 장을 열어왔다. 이제 이론과 문헌적 논의와 함께 ‘공동합의성’이 구체적인 사목 현장에서 어떻게 실행될 수 있을 것인가 적용하고 실험하며, 기존 신앙 생활과 사목의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교회의 기초공동체이며, 하나의 완결된 공동체로서 본당 생활과 사목에 공동합의성 차원에서 어떻게 성찰하고 적용해 변화시킬 수 있을지 연중 기획으로 그 화두를 제시한다.

첫 시작은 본당 사목평의회 운영 문제로, 의정부교구 한 본당의 사례에서 시작한다.

사목평의회 총사퇴
공동 식별과 논의, 소통  없는 본당 공동체, 사목평의회 존재 이유 없어

지난 4월 의정부교구 한 본당. 사목위원 1명을 제외한 사목평의회 회장단과 총무단, 상임위원 등이 총사퇴했다.

이들은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들에게 이를 알리는 ‘사퇴의 변’에서, “본당 사목평의회는 공동합의성의 바탕 위에 구성된 조직이지만, 우리 본당은 유독 구성원의 의사와 무관하게 모든 결정이 주임 사제에게 집중돼, 공동합의성 구현이 불가하고, 사목평의회 존재 이유와 가치를 상실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밝힌 구체적 사안은 “본당 재정, 협력사제의 부적절한 언행, 사목위원의 대표성 부인, 사목회장 선출과 임명 건의안 부결” 등 네 가지다.

먼저 재정 문제에 대해서 이들은 본당 재산의 관리를 위임받은 사목평의회 전원은 성실하고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해야 할 책임이 있고, 정한 절차와 단계별 의사결정에 따라 지출되어야 하지만, 외부 후원금과 기부금, 타 본당 신설 지원금 결정 등이 사제 단독 또는 일부의 결정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러한 안건은 사목평의회 전체 회의에서 본당이 처한 현실 여건과 상황을 종합해 면밀히 검토하고 의견 토의를 거쳐 결의할 사항”이라며, “후원과 지원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임 사제가 단독 결정해 회의 전에 지정 통보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협력사제의 언행에 대해, “평소 교우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상습적 반말과 비하, 조롱하는 말투, 사목평의회와 단체 간 갈등 조장, 사목평의회 결정과 주임사제 승인한 건에 대한 거부권 행사” 등이 이어졌으며, “이에 대해 사목평의회와 주임사제 간 면담을 통해 해결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후 수수방관으로 이어졌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사제단이 매주 열리는 주간회의에 참석해왔던 사목평의회 대표단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한 것과 관련,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이 원칙인 주간회의 회의록을 사목평의회에 전달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이유” 등으로 참석을 거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으며, 공식 논의 기관의 회의록 없이 어떻게 집행을 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주임 사제의 ‘사목회장 선출과 임명 건의안’ 부결 문제다. 본당 사목평의회는 사목위원 전원 동의로 ‘사목회장 선출과 임명 건의안’을 상정했다. 선출과 임명에 대한 건의안 내용은 사목회장 후보자를 본당 선거를 통해 최종 2명을 선출한 뒤, 면담을 통해 사제가 임명하는 방식이다.

사목평의회는 이 건의안은 교회 지도자(사목회장) 선출 시 민주주의 다수결 방식과 사제 임명 방식을 상호 보완한 제도로 아시아 주교회의에서 권고한 사항이기도 하다면서, 4개월간 조사, 연구, 토론을 거쳤으며, 교회법과 여러 문헌 참조 그리고 이미 다른 교구에서도 실행하고 있는 사례에 대해 설명을 들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안은 “사목평의회가 준비하는 동안 주임사제와 논의하지 않았으며, 본당에 적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구두상 부결됐다.

사목평의회는 사목위원 전원이 만장일치로 찬성했지만 사제가 부결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타당하고 합리적인 사목적 이유가 분명하게 있어야 하고, 문제 지점에 대해 답변을 해줘야 다시 토의하고 개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내용 없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부결한다면, 이는 지극히 개인주의적 편향의 의사결정이며, 부결의 과정도 공식적 절차를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사퇴서 내용과 관련해, 사목평의회 전 회장 송경근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통화에서 “어떤 조직도 갈등이나 문제가 없을 수 없다. 사목평의회가 바란 것은 주임사제의 결정에 대한 무조건적 인정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소통을 통해 해결하기를 바란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전 과정에서 주임 사제의 중재나 권고, 그리고 구성원들의 공동식별을 요청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오히려 공동체 문제를 회피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것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근래 여러 이유로 본당 활동이 어렵고, 신자들의 직접 참여도 역시 낮아지는 상황에서 특히 교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동참여와 공동식별, 논의를 통해 공동합의성을 이뤄 가는 것이 중요하고, 특히 교구 평협도 이를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사제의 결정 내용이 아니라 그 과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며, 식별이나 성찰의 기회를 찾지 않는다면 더 이상 사목평의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는 본당 사목평의회 활동과 관련된 최근의 예다. 그러나 사목평의회 활동, 운영을 둘러싼 여러 문제는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사목위원과 본당 구성원, 사제 간 다양한 갈등, 사목평의회 해체, 그리고 사목평의회 인적 구성의 어려움 등 다양한 상황과 층위의 문제를 겪고 있다. 각 본당의 사목평의회/사목회 존재는 평신도의 다양한 활동 영역과 함께 교계 제도 안에서 ‘교회법’(511항 등),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 ‘주교 교령’, '천주교 사목 지침서' 등에 명시되어 있으며, 여러 문헌 안에서 폭넓은 근거를 갖는다.

“사목평의회는 본당 주임사제를 도와 본당 공동체의 생활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신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더 나은 공동체의 형성을 위해 연구하고 실천적 방향을 제안하는 자문기관이다.(교회법 제536조 2항; 사목회의 교회운영 의안, 52항 참조)” (‘천주교 사목 지침서’ 174조)

“각 교구에는 되도록, 복음화와 성화 활동, 자선 사업이나 사회사업, 그 밖의 다른 분야에서,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평신도들과 적절히 협력함으로써 교회의 사도직 활동을 돕는 협의체를 두어야 한다. 이 협의체는 평신도 단체들의 고유한 특성과 자율성을 유지하면서 그 다양한 단체들과 활동들의 상호 조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 이러한 협의체는 가능하다면 본당 사목구는 물론 본당 간, 교구 간 또는 국가나 국제 차원에서도 설치되어야 한다.”(평신도 교령 26항)

“각 교구마다 특별히 교구장 주교가 직접 주재하고 특별히 선발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이 동참하는 사목 평의회를 설치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이 평의회는 사목 활동에 관한 것을 연구하고 심의하며 이에 대한 실천적 결론을 제시하는 소임을 가진다.”(주교 교령 27항)

간단히 설명하면, 본당 사제의 자문으로서 사목평의회/사목회는 법적으로 의무,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그 역할은 의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교회법과 가르침,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으로부터 출발한 사목평의회 운영과 활동은 그동안 어떻게 이뤄져 왔으며, ‘공동합의성’에 비춰 앞으로를 위한 현재의 고민은 무엇일까?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와 경동현 씨(의정부교구 평협 기획분과장)는 “기본적으로 본당이 움직이는 구조가 본당 신부에게 너무 치우쳤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고, 사제 권위에 의존한 사목형태의 문제라면 이는 어느 한 부분이 아니라 교회 전체의 변화 문제라고 말했다.

2019년 의정부교구 평협은 공동합의성 정신에 따라 '함께 가는 길'을 모토로 새로 발족했다. (사진 제공 = 의정부교구 홍보국)
2019년 의정부교구 평협은 공동합의성 정신에 따라 '함께 가는 길'을 모토로 새로 발족했다. (사진 제공 = 의정부교구 홍보국)

본당사목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종합사목....
사제 개인의 입장만 고수하면 나머지는 배제하는 꼴

나승구 신부는 “잘잘못을 떠나 본당 신부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옳고 그름에 대해 균형을 맞출 조건이 되지 않는다. 교구나 지구 차원의 중재 노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나 신부는 “본당은 공동체이고, 교회 헌장에 따르면 하느님 백성의 모임, 유기체인데, 우리는 마치 이를 회사, 기업과 같은 조직으로 여긴다”며, “기본적으로 갈등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들여다보고 원만히 해결한 경험이 없다. 사제가 교체되던지, 사목회를 해체하는 양극단의 경험뿐이어서, 서로 대화, 이해, 변화, 균형을 위한 사목적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당 공동체, 교회의 구조 속에서 사목회의 존재감이 왜곡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았다.

나 신부는 사목회와 사제 간 갈등이 있을 때, 신자들이 왜 당사자로서 관여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체로 신자들은 사목회가 신자들의 대표라고 생각하지 않고, 단지 신부가 일하기 좋은 이들을 뽑았다고 생각한다”며, “사목회가 본당 신자들의 대의기구로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신부의 의향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목회가 없어도 일은 된다”는 말, 실제로 일이 되는 상황은, 사목회가 신자들을 양성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본당의 일, 사업을 위해 채용된 이들처럼 됐기 때문이라면서, “평신도 사도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또 그만큼의 책임도 주지 않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전에 비해 본당 봉사자들이 줄어드는 이유 또한 적극적 참여의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거꾸로 생각하면 사제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갔던 것의 이면에는 평신도들의 주인의식이 부족한 이유도 있는데, 이런 경험 때문에 사제들에게는 묘한 불신이 쌓인다. 신자들과 사제 사이 경험에 따라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라면서, “본당 사목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종합 사목이다. 어떤 이유로든 사제 한 사람의 의견만 주장하면 결과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나머지를 배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당 사목위원들 대부분 소진 상태
친목관계 중심의 사목위원 임명, 사제와 사목위원만의 사목회
장기적 교회 일꾼 양성 계획 시급

경동현 씨(의정부교구 평협 기획분과장)는 본당 사목위원들이 소진된 것이 현실적인 문제라고 우려했다. 

그는 “공동합의성은 사실상 ‘함께 가자’는 태도와 마음가짐의 문제이고 일부 위원이 아닌 본당 공동체 전체를 아울러서 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사목위원으로 활동하는 본당에서도 대부분의 봉사자들이 소진된 상태이고, 새로운 인적 구성 없이 했던 사람들이 돌아가며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상 사목위원들의 활력이 아쉽기는 하지만 상당히 성실한 이들이라면서, “본인들의 생업과 일상이 있는데, 구조적으로 몰입해서 고민할 수 없다. 회의 역시 30여 명이 보고하는 것만으로도 논의할 시간이 부족하다. 공동합의성이 이뤄지려면 신앙적 성숙도 필요하지만 평신도들의 정보력이 없고 토론할 여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주임사제가 사목위원들을 임명하기 때문에 친목에 기초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논의와 토론이 어렵다는 그는 “이런 구조는 결국 사목평의회와 사제들의 게토화가 된다. 인간관계에 기초하니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동현 씨는 “사목평의회는 결국 본인들보다는 신자들의 의견을 듣고 수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사목위원들이 더 발로 뛰어야 하지만 그것을 못한다고 해서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신자들의 결합력과 친목도가 낮은 것도 어려운 조건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공동합의성 제안 배경은 현재의 방식, 즉 사제 중심주의에서는 더 이상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교회 내 일꾼 양성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제 재량에 거의 모든 것이 맡겨지다 보니, 양성의 필요성이 절박하지 않았다. 교회 내 일꾼, 봉사자를 어떻게 양성해서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에 대한 상이 없고, 이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동합의성이라는 개념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제기되면 사제들 입장에서는 불편하다. 하지만 신자들이 자꾸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견디고, 일꾼과 봉사자 양성도 고민해야 한다”면서, “현재는 공동합의성에 대한 본당 차원의 고민이 없다. 일부 교구에서는 교구 차원의 고민과 활동이 있지만 그 역시 아직은 구체적이지 않고, 실현을 위한 깊은 고민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동합의성이라는 방식을 두고 여전히 모두 위만 바라보는 형국이고, 성직자 중심주의라는 사안을 공론화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 “평신도들 차원에서 먼저 일꾼 양성에 대한 교구 차원의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평협 조사 결과를 보면, 양성에 대한 갈증이 상당하지만 본당 차원에서 논의할 대상이 없다”고 말했다.

경동현 씨는 일반 신자들이 주인의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경청과 능동적 참여, 함께 식별, 결정, 실행하는 것이 공동합의성이고, 이를 위해서는 신자들의 주인의식이 필요하지만 사실상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일방적 노력으로는 성취하기 어렵다”며, 공동합의성은 교회 전체를 들여다봐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나승구 신부는 “본당 사목, 사목회 활동에서 공동합의성을 이야기한다면, 각 구성원들의 인원, 역할 방식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청소년분과장이 하는 일이 명확한가?라고 물으면서 “청소년분과의 활동은 청소년 교육과 성장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교회 청소년 사목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사목적 전문성이 없다. 전례분과, 재정분과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공동합의성 공부를 하면서 제안하고 싶은 것은 신자들이 주인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사제들 역시 스스로 (사목)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본당 운영의 전문가가 아니라 사람을 만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본당은 사람을 만나는 곳이고, 그들 모두가 함께 가려고 한다면 서로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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