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포럼' - 농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 1

3월 29-30일,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준)’, ‘다른 세계로 길을 내는 활동가모임’ 등 주최로 ‘체제전환을 위한 기후정의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체제 전환을 위한 기후정의동맹 건설 제안, 체제 전환의 공공성과 민주적 통제 차원으로 본 에너지와 교통 문제, 노동의 재조직, 기후정의 주체로서 기후취약계층, 대중운동에 기반한 기후정의 운동,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농민투쟁 연대, 정의로운 기후 거버넌스 전략 등에 대한 주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특히 둘째 날, 기후재난에 대응하는 농민투쟁의 연대 전략’ 세션에서 “농민으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그 대안”을 주제로 발표한 농민 금창영 씨(홍성, 전 전국귀농운동본부 상임대표)의 목소리를 통해 기후위기 앞에선 농민들의 현실, 정부의 농민 정책의 비현실성과 농촌 현장과의 괴리 등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먼저 그는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이자 전문가인 농민이 모든 정책과 실행 과정에서 늘 배제되는 현실과 정책 수혜자의 입장에 머무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조사된 바 없는 수치들, 과연 믿을 수 있나
수치가 만들어 낸 사업의 대표 사례, 영농형 태양광

“종종 장바구니 물가에서 농산물 가격은 좋은 비난의 대상이고, 수시로 일어나는 양파, 대파, 마늘 등의 산지 폐기는 농민들의 입장보다 그 과정에 들어가는 세금을 아까워하는 소리로 뒤덮인다.... 매해 반복되는 전염병에 매몰되는 가축들의 생명에 대한 연민보다 밀폐된 공간에서 밀식으로 키우는, 다시 말해 전염병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농민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기후위기나 기후재앙이라는 말이 떠돌기 시작했다.”

금창영 씨는 먼저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기후위기 대응과 농업에 관련된 합리적 대책에 대해 가졌던 기대들은 그 낯선 용어와 기준을 알 수 없는 목표치, 농업 부문에서 배출된다는 전체 온실가스 2.9퍼센트 등의 수치화로 보기 좋게 빗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에서 직접 조사한 적이 없는 실감나지 않는 수치들은 쌩뚱맞고, 농가마다 다종 다기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농사는 평균치의 수치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이라며, “농사 짓는 15년 동안 한 번도 현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된 조사가 이뤄진 적도, 들은 적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 제시된 탄소배출량 등의 수치는 과연 현실성과 신뢰성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런 숫자로 제시된 정책, 방법의 하나가 ‘농촌형 태양광 사업’이다.

전라도에서 시작해 각 지역으로 확산된 ‘농촌형 태양광’은 점점 ‘영농형 태양광’으로 규모가 거대화되고 있다. 관련 연구자, 전문가들은 영농형 태양광으로 농업과 태양광 발전이 동시에 가능하며, 생산 전력량, 이에 따른 농가 소득 등을 수치로 제시한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 입장에서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방법일 뿐더러, 수확량 저감 등의 위험으로 시행은 이르다는 우려를 사기 충분하다.

이에 대해 금창영 씨는 “기후위기에 잇달아 식량위기가 올 텐데, 많은 농지에 태양광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는 문제 제기와 태양광을 하는 것과 농사를 이어 가는 것 중 탄소중립에 더 이로운 것은 무엇인지 먼저 검토해 보자는 의견 등이 나왔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무경운’(밭갈이를 하지 않는) 농법은 탄소를 저장한다?
현실과 괴리된 주장들, 책상에서 나온 평균 수치로 농업 설명할 수 없어 

금창영 씨는 기후위기 시대에 더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농사법을 확인하고자 지난해 각각 농생태학, 자연농, 무경운 등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세 농가를 찾아간 일을 소개했다.

“우선은 충남 홍성의 무경운 논농사, 경북 상주의 농생태학 생강 농사, 전북 진안의 자연농 밭농사 등의 사례를 찾아갔다. 왜 굳이 이 세 농가였는가? 가능하면 자연스러운 방식을 찾고 싶었다. 이 세 농가의 방식이 일반적이지도 않으며, 이후에 농민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확산될 가능성도 낮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농사를 확인하고 싶었다.”

금 씨는 세 농가를 방문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농민들 각자의 다양성과 특수성이며, 그것은 탄중위가 “퉁쳐서” 수치를 제시할 수 있을 만큼 현장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각각의 영농 행위에 따라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도 다를 테니, 그것을 제시한다면 농민 각자가 의미 있게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농 행위는 농민 각자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이뤄지며, 다른 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농법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농민도 기본적으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추구한다면서, “각각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그 결과값 만으로 (탄소 배출) 수치가 높은 농민은 비난받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상대적으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농민기본법 제정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됐다. 농민 금창영 씨는 전문성도 의지도 없는 정부에 제도와 법을 요청하는 수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주체로 농민이 다시 서야 한다고 요청했다. (사진 제공 = 전국농민회총연맹)

빅데이터 기반의 기술로만 농업에 접근하는 농진청과 그 뒤의 농림부
문제는 자본주의적 산업논리에 기댄 방식들

금창영 씨는 “결국 농민이 수동적으로 그냥 있어서는 안 되며, 모든 영농 행위가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평가, 판단돼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먼저 그는 2021년 말부터 농진청이 내놓은 내용들을 지적했다.

농진청은 기후위기 대응 방향을 ‘기술개발’로 잡고 적극 활동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예측 기술을 위해 ‘국가농업기후표준관측소’를 만들고 기상관측, 작물생육모델링, 조기경보시스템, 품종개발과 관련한 고품질의 빅데이터를 모은다. 당연히 빅데이터를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기후변화 적응 기술에서는 당연히 신품종 개발과 현장 보급이 우선된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기술을 적용하면, 드론방제나 자원 낭비 감축, 논물 관리(간단 관개), 시설하우스 난방 에너지 절감 기술(히트 펌프), 축산 분뇨 바이오가스 활용 기술, 바이오차 기술(탄소 격리에 활용)이 따라온다.

금 씨는 그 규모나 위상으로 볼 때, 최대의 조직인 농진청은 식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행보를 하고 있고 이에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적 팽창을 통한 과잉생산, 과잉축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이윤율이 하락하면서 다시 과잉생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결과가 지금의 기후위기”라고 지적했다.

“매년 마늘, 양파, 김장채소, 대파 등의 산지 폐기는 끊이지 않는다. 국가가 나서서 세금으로 산지 폐기에 대해 보상하는 것은 일부 농민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산지 폐기는 왜 일어나는가? 당연히 출하하는 것보다 폐기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에 일어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당연히 해당 농산물 가격이 너무 싸기 때문이다. 왜 너무 싼가? 당연히 너무 많이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왜 너무 많이 생산되었는가? 너무 많이 생산하기 좋은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기계화가 가능하거나, 일시에 대규모의 인원을 투입하면 재배가 가능한 작물들이다. 당연히 그 기술지도는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가 했다.”

금창영 씨는 “과연 유통구조가 선진화되면 농민들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을 수 있을까? 아니다. 문제는 과잉생산 구조”라며, “결국 정부나 농진청이 원하는 것처럼 농업에 (자본주의) 산업 논리가 관철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논리는 양계, 축산도 마찬가지로, 지원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마릿수를 제시하고, 그 기준을 상향하면 농가는 어쩔 수 없이 대출을 얻어서라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결국 20년이 지나면 대출이자가 원금을 넘어서게 된다. 당연히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원금을 갚을 길은 없고, 이자라도 갚아야 하니 계속해서 농업을 이어 가야 한다. 만약 농업을 멈추는 그 순간 파산에 이른다”고 말했다.

스마트팜, 농사 아닌 탄소배출권 외부거래 위한 수단
스마트팜 건설과 운영 과정의 탄소배출은 어떻게 할 것인가

농진청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은 또 하나의 책임 주체인 농림축산식품부다.

농림부가 2021년 12월 27일 발간한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보면, 정밀농업, 환경친화농업, 생태농업을 통한 저투입 농업, 정밀농업을 위한 빅데이터 확보와 모델을 개발, AI를 활용한 스마트팜 융합기술 개발, 첨단 농기계와 로봇 개발 등의 용어로 가득하다.

“(농림부 문서는) 몇십 억에서 몇백 억이 들어가는 스마트팜에서 1500억 이상이 들어가는 스마트팜 밸리까지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다. 가끔씩 보여지는 스마트팜 시설의 모습은 땀 흘려 일하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이 전자장치로 제어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당연히 이곳에서는 극도의 생산성을 발휘할 것이다. 문제는 스마트팜에 적합한 작물이 식량 작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창영 씨는 사실상 스마트팜은 농산물 생산이 아니라 탄소배출권 외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스마트팜 시설과 관련한 온실가스배출은 말하지 않는다. 수십 억이 들어가는 스마트팜 농장은 한마디로 대규모 구조물이며, 건설 과정에서 들어가는 온실가스는 애써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또 친환경농업은 소비자와의 관계에서도 어려운 상황을 빚는다. 소비자는 비싼 만큼 더 나은 상품성을 요구하고, 쉽게 상품성을 높일 수 있는 비료를 사용할 수 없는 친환경농업에서는 비닐과 물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금 씨는 “소비자생협의 관계자들은 생산자들에게 말한다.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모양이 좋아야 하며, 가격이 싸야 한다고. 이것이 어찌 유기적인가?”라며, 친환경농업은 긍지, 보람, 수익 면에서도 농민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친환경 인증 과정에서 농민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환경을 생각하고, 자연을 생각하는 농민에 대한 존중은 없다. 부당한 농약 검출 결과에 대한 농민의 억울함은 어디에서도 위로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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